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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31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2008)
  2. 2009/01/28
    쿤&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장대익 (2008)
  3. 2009/01/28
    과학의 변경지대 / 마이클 셔머 (2005)
  4. 2009/01/28
    과학이 나를 부른다 / 강신주 외 (2008)
  5. 2009/01/28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2001)
  6. 2009/01/28
    우주의 기원 빅뱅 / 사이먼 싱 (2008)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다케우치 가오루 (살림,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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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실성과 개연성이다. 리얼리즘 없는 판타지는 공상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시공간 여행'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에오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공간을 여행한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롭긴 하지만. 이 책은 동경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과학 저술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긴 하지만 과학과 문학은 소설 속에서 따로 놀고 있다. 문학에서 과학으로 옮겨지는 경계, 과학에서 문학으로 돌아오는 경계에서 개연성을 잃고 둘 중 무엇 하나도 건지지 못한 듯한 느낌. 아주 기대한 소설이었는데, 그래서 아쉽다.

 두 주인공이 시간 여행 속에서 만나고 왔던 바로 그 아인슈타인이 과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이다"라고 했으니 그 시도만은 반가운 것으로 봐야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죽기 전까지 양자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양자 터널링 효과를 이용한 시공간 여행은 그리 반기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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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없는 과학사는 맹목이고, 과학사없는 과학철학은 공허하다. - 라카토슈 (과학적 연구 프로그램 방법론, 1978)

쿤&포퍼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대익 (김영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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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식인 마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쿤, 포퍼에 대해서만 조명했다기 보다는 20세기 초 논리실증주의 이후 과학철학의 흐름을 쭈욱 정리한 책. 빈 서클의 논리실증주의(or 논리경험주의. 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든데 나는 아무리 배워도 이해가 안돼. -_-), 포퍼, 쿤, 라카토슈, 파이어아벤트, 과학사회학과 스트롱 프로그램, 소칼 사기극과 과학-인문학의 반목의 역사 등이 한 큐에 정리된다.  

책 제목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하는데, 논리실증주의자들이 과학에 튼튼한 '철학적 기반'을 만들어 과학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20세기 초 이후로 과학사회학에서 와서 '과학은 그닥 특별한 것이 없구나'로 점점 논점이 옮겨지는 듯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확실한 것은 "강단의 과학철학이 기호논리, 가설적 시나리오, 이론적 사변과 같은 실제 세계와 무관한 것들에 휘말려 허우적 대는 일이 매우 잦다는 것" 그리고 이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쿤 이후 과학철학자들의 사명이었고, 또 여전히 사명으로 남아있다는 것.

 과학철학 초입자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책일 것 같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은 풀러의 <쿤/포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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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적인 아이디어에 너무 개방적이면 상식과 비상식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이단적인 아이디어에 너무 폐쇄적이면 현상황을 깨부수기 어렵다. 과학의 어려움은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에 있다. 이단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의사과학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여러 가지 과학에 종사하는 회의론자들은 약간 대담해져서 회의적인 태도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창조적인 과학은 이단과 회의론이 만나는 곳에서 피어난다. (p.242)

과학의 변경지대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마이클 셔머 (사이언스북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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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셔머란 이름을 보자마자 빌려와 읽었다. 이 책도 역시 재미있다. 책은 1부/ 변경지대의 과학, 2부/ 변경 지대의 사람들, 3부/ 변경 지대의 역사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1부인 '변경지대의 과학'은 전작인 <왜 사람들은...>의 내용과 맞닿아 있다. 즉 비과학을 과감하게 가지치기하는 것이다. 2부 '변경 지대의 사람들'은 상당히 흥미로운데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과학자의 삶, 사상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하면,

 5장에서는 굴드의 단속평형설을 다루는데 그것이 다윈의 점진적 진화론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다윈의 이론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턴의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포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따라서 굴드의 단속평형설을 진화론의 (쿤적)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6장인 '지구가 움직인 날'에서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조명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당대 사람들의 과학관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단숨에' 전회한 사건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실제적인 혁명은 다음 세기에 케플러(&브라헤), 갈릴레오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텀이 길었던 이유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가 사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만큼 자연을 잘 설명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이후 수학화를 통해 다듬어졌다), 그 체계에 담긴 '이데올로기적 함의'가 '종교,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물론) 과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저항을 받았기 때문이다.

 7장, 10장, 13장에서는 다윈과 진화론의 공동발견자인 월리스에 대해 조명한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라는데도 아직 진화론을 다윈 개인의 천재적인 통찰력을 통해 탄생한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고, 월리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도 월리스가 그의 자연선택 이론을 다윈에게 헌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두 사람의 신사적인 배려, 그리고 플러스섬(plus-sum)의 결과라는 내용이 새롭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분법 발견 논쟁이 수세기에 걸쳐 '지저분하게' 진행된 것과 비교해볼 때 과학사에서 예외적으로 보이는 사건이다. 8장의 월리스와 영성주의와 관련된 개인사도 흥미롭다. 위대한 과학자가 모두 합리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9장에는 프로이트와 다윈 '신화'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스스로를 '영웅'으로 포장했고, 다윈은 그 신화만들기를 거부했다. 어찌되었건 프로이트는 역사적 골동품이 되었고, 다윈의 사상은 여지껏 살아있다.

 10장은 칼 세이건의 이야기이다. 얼마전에 그의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읽었는데 UFO는 천박한 비과학이라고 몰아붙이면서도 SETI는 고등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약간 이상하긴 했다. [외계의 생명체가 있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ㅋㅋ 그리고 외계인에게 물어볼 질문도 미리 준비했다. "페르마의 정리를 '간단하게' 증명해보시오-!"] 저자의 말대로라면 칼 세이건은 윌슨, 마이어, 굴드, 다이아몬드 등의 학자와 비교했을 때 언론플레이에 굉장히 능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과학자/과학 저술가였지만, 사적인 면은 그와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는 것도 새로운 분석이다.

 2.
한 사람 책을 두 권쯤 읽으니 비판점이 희미하게 손에 잡힌다.

셔머가 주류과학, 변경 지대의 과학, 비과학을 구별하는 기준은 '퍼지 비율'로 재단하고 있고, (예컨대 태양중심설은 0.9, 초끈 이론은 0.7, 창조론은 0.1 등) 2부에서 코페르니쿠스, 세이건 등의 개인적인 성향을 분석할 때 '전적으로' 설로웨이의  big 5이론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탄생 순서가 지적인 수용도를 예측하는 가장 두드러진 단 하나의 변수임) 이 이론들은 맹목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에는 헴펠의 과학 구획 기준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_- '예측' 기능이 없는 역사과학은 실험과학에 비해 덜 세련된 과학이-라고 생각했었고, 사실 아직도 과학으로 역사를 분석한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 같은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꼼꼼한 방법으로 다른 변경지대 과학들을 분석하는 것과는 다르게 두 이론에 대해서는 너무나 느슨한 회의론을 적용하며 그 결과들의 신뢰성마저 떨어뜨리는 것이 문제이다. 과학이란 '자연'이라는 탐구 대상 때문이 아니라 그 엄격한 방법론 때문에 현재의 인식론적 지위를 차지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되풀이되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방법론에도 역시 엄격한 회의론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합당하지 않는가.

3.
과학은 항상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기 때문에 과학과 비과학 사이의 경계는 명료하지 않다.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는 과감한 추측과 근거 약한 주장이, 새로운 가설과 낡은 지식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p.471)

 옳으신 말씀. 그리고, 쿤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과학 연구에 필요한 '본질적 갈등'에의 포용 : 이 갈등이란 권위를 기꺼이 신뢰하면서도(따라서 그 시대의 이론적 신념을 받아들여 지도를 받는다) 필요하면 혁명적 과학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과학계 자체가 전체적으로 전통과 변화의 갈등 상태에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쪽 아니면 저쪽의 사고방식을 선호한다. (p. 358)

 그래서 우리는 그 경계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과학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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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나를 부른다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강신주 (사이언스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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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 이한음 번역가, 이진경 교수, 화학부 김희준 교수님, 협동과정 박사이신 오철우 씨, 장대익, 홍성욱 선생님.. 등의 에세이라길래 리뷰를 찾아봤는데 '어렵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미뤄놨는데, 엄청 재밌는데?  

과학계 유명인사들의 에세이라고 해서 브록맨 출판사의 <위험한 생각들>의 한국판 정도로 생각하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거일수도-ㅋ) 30명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통섭-! 제목처럼 과학씨가 나를 유혹할만큼-_-* 신선하고, 새롭고, 위험한 생각들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통섭의 주장은 조금 식상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학제간 연구가 활발해졌다지만 그것은 상아탑 내에 있는 사람들만이 실감할 이야기이고,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이란 사실 생경해보일만도 하다. 대학원에서 뭐 전공할꺼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면 "읭, 그게 모임? 먹는거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 오천만명 정도 되는걸 보면 그 '소통'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는 것은 아직 요원해보이는 듯도 하네.  

우리 은하의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천체의 운행은 흐트러짐이 없으며, 지구 차원의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를 압도하여, 때로는 내가 부스러기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어차피 죽을껀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행운아라는 것, 그냥 무조건 사랑하면서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 같은 부스러기가 정말 많으며, 그 부스러기들이 모여서 이 우주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문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pp 224-225

 유명한 지식인들의 에세이인만큼 좋은 구절들이 많다. 아인슈타인, 슈뢰딩거("범위, 목적, 가치는 인간 지식의 그 어떤 다른 분야와도 동일하다")부터 칸트, 하이데거까지. 하지만 내 맘에 가장 남는 말은 중학교 선생님인 윤소영 님의 글.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해서 하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제발 빨리 논문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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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칼 세이건 (김영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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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 : 언제나 마르지 않는 희망- 이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언제나 더 나은 수준의 행복과 만족을 찾아 앞날을 내다보는 종이라는 나의 확신을 담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결과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비현실적인 약속을 붙들려 하거나, 오로지 불관용과 부지를 고집함으로써, 오조리 타인의 삶을 가벼이 생각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p. 511


횡행하는 사이비 과학에 대한 일종의 고발서이다. 칼 세이건은 천문학자이기 때문에 지적설계론이나 종교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 UFO, 외계인의 존재, 점성술 등의 사이비 과학에 초점을 맞춰서 왜 이런 근거없는 과학이, 더없이 과학적인 현대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려고 한다. 이전에 '마녀', '악령'이라고 불리던 것들이 현대에 와서 과학의 탈을 쓰고 뉴에이지 과학으로 변모하게 된 과정, 그 과정에서 대중매체는 개념없는 동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나름 격앙된 어조로(개념있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태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과학'도'도 이렇게 짜증이 나는데 -_-+) 전개한다. 결론은 정부와 시민, 과학자들이 힘을 합해서 '악령을 물리치고', '과학의 불꽃'을 지켜내는 것- 특히 잘못된 과학교육과 대중매체의 선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근데 이 책 왜 이렇게 빨리 절판됐냐. ㅡ_ㅡ 재밌는데. 사실 제목이 좀.. 선뜻 읽고 싶어지는 책은 아니다. 게다가 표지에 부담스러운 칼 세이건 아저씨의 얼굴+손이 느끼하기도 하고. ㅋㅋ 들고 다녔더니 보는 사람들마다 흠칫!

 

다만....

 

저자도 동의하고 있는 것은 사이비과학에 대한 믿음이 (셔머의 말처럼) 마르지 않는 '희망'에서 근거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회의주의의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일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사이비 과학은 강력한 감정적 욕구에 호소한다." 이상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이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결론적) 회의주의 사고를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근데 이러한 이상화는 세이건, 셔머, 도킨스 아저씨처럼 훌륭한 지적능력, 재력(교수잖아! 책도 많이 썼고-_-!), 건강한 신체를 자원으로 가졌음을 전제로 하는 것일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 적어도 평범한 지적능력과 나머지 90%의 인간이 가지는 '건강한 몸'이라는 자원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회의주의를! 이성에는 신뢰를! 강요하는 것은 잔인해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그게 더 적절한 태도이고, 소박한 자기 확신에 대한 손실이 그리 큰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외계인이나 UFO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믿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이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개개인에게 살아갈만한 용기를 주는 것이라면? (이를테면 종교,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채널링, 예언....)

 

읽으면서 자아가 분열되는 줄 알았다.

 

물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이성과 과학이 결.국.은. 세계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다른 종류의 희망을 가지는 것이, 실속은 없더라도 가장 간지나 보일 것 같다는 근거없는 또 다른 희망이 나를 사로잡는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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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 빅뱅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사이먼 싱 (영림카디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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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화학이나 생물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시대의 우주에 대한 관점은 그 시대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즉 천문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살펴보는 것 다름아니다. <알마게스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세계관은 2000년 가까이 인류의 세계관을 지배했다. 완전한 천상계와 불완전한 지상계의 구분. 천상계가 지상계와 다른 원소(땅불바람물+마음? 사랑? -_-*)로 이루어져있고 완전한 원운동을 한다는 것은 과학혁명 시기까지 천문학 뿐만 아니라 자연철학의 기본 전제였다. (고유명사로의) '과학혁명'에 대한 설명에서 언제나 코페르니쿠스가 선구자로 등장하는 것 역시 천문학의 혁명이 이후 역학, 생리학, 화학 혁명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천상계와 지상계가 나뉘어져 있고 그 중에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마당에 운동이 물체의 고유의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냔 말이다.

 

책의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러 과학사 책들을 함께 읽는 느낌이었다. 아인슈타인을 설명하다가 뜬금없이 뉴튼이 등장하고(거인 위에 올라선 거인), 별의 밝기를 설명하다 분광학의 역사가 지루하게 설명되고, 잘 나가다가 갑자기 기본적인 화학 상식들이 설명되기도 한다. 싱의 다른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 아저씨는 지나치게 친절하게 글을 쓰시는 듯.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코드북>을 읽고나서는 고대 이후의 대략의 수학사를 총정리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천문학, 역학, 물리학, 화학, 분광학, 열역학 등등 의 역사가 한꺼번에 정리된다. 근데 이전 책들을 너무 재밌게 봐서 기대를 왕창! 하고 읽어서 그런가? 더이상 '과학사'를 교양으로 읽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 이번 책은 지루하고 길었다.

 

싱에게 바라는 것이 더 있다면 수학-암호-천문학 이야기에 이어서 쌈빡한 생물학史 책 하나 써주셨으면 하는 바램? 생물학은 다윈 이전에는 자연사, 박물학 이었으니 쓸 말이 없으려나? =_+ 메롱.

 

**

사족 하나.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백과사전에 '우주' 나오는 파트만 닳도록 읽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이미 행성, 항성, 혜성, 위성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 고등학교 때는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뭐 땜에 좋아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생물학이 좋았다. 대학교에 와서도 생화학을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지. 물리학은 못하지만, 파인만 아저씨 덕분에 교양 물리학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 나름대로 양자역학에 각별한 애정도 있다. -_-! 근데, 화학은 한번도 좋아한 적 없는데 난 왜 화학과에 왔을까?

 

빅뱅 이후 우주 최대의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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