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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침에 하는 가장 큰 고민은, 내 가방에 물리학 책, 텝스 교재, 필통, 물병, 지갑, 전자사전을 어떻게 잘 꾸겨쑤셔 넣느냐 하는 것이다. 요건 가방을 큰 것을 하나 사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이고요;
케플러의 추측도 이와 비슷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영국의 항해가였던 랠리 경이 주어진 공간 내에 포탄을 적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요하네스 케플러 아저씨께서 면심입방쌓기(FCC)/육방밀집쌓기(HCP)가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법이며 이것의 밀도가 74.05%라는 추측을 했고, 이 추측이 4세기정도를 내려온 것. 흥미로운 것은 분명 달라 보이는 두 쌓기가 사실은 기하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직접 설명해보고 싶지만, 공간지각력과 언어표현의 한계로... 탁구공 백개만 준비하시오. 직접 보여드리겠음. -_-)b
아참, 이것은 무한공간에서의 쌓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유한쌓기는 정12면체 배열이라는 쌓기가 가장 효율적인데 이 것의 밀도는 75% 정도 된다고 한다. (탁구공 백개만 준비하시오. 직접 보여드리겠음. -_-)b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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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케플러 아저씨가 추측을 던지신 후 4세기가 지나 토머스 해리잇이라는 수학자가 영민하게도(!) 이 추측을 컴퓨터로 증명해냈다.
아이러니한 것은, 헤르메티씨즘의 영향을 받아 '수'를 일종의 신비한 힘으로 생각하며 수학의 아름다움을 숭배했던 케플러 그의 추측이, 전혀 아름답지 않은 방법으로 증명이 되었단 것. 저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의식하면서 책을 썼던 것 같은데 - 사이먼 싱의 책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케플러의 추측이 증명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싱의 책 부록에 '풀리지 않은 문제들'에 리만가설을 포함해 케플러의 추측이 등장한다 -, 앤드류 와일즈의 증명과 비교해 "와일즈의 페르마 정리 증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준다면, 헤일러의 케플러 추측 증명은 전화번호부에 견줄 수 있다"고 언급한다. (p. 357) 아름답지 않은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증명 자체가 버그나 인간의 입력 실수로 치명적인 오류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그 유명한 4색 문제가 독일 수학자 하켄과 아펠에 의해 '컴퓨터로' 증명되고 나서 컴퓨터에 의한 증명이 수학자들에게 꽤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듯 하다. 모든 단계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논증해 내지 않는데 어떻게 그 증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더 중요한 건 수학의 인식론적 바탕에 근거하여 컴퓨터에 의한 증명을 거부하는 목소리이다. 와일즈의 '전통적인' 증명은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왜 참인지 역시 보여준다. 이러한 증명을 통해 수학의 내적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고, 이로써 새로운 진리의 발견으로 이끌어 줄 새로운 길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근데 헤리잇의 증명은 뭥미? 그 추측을 검토한 후 우리가 배운 점이 있을까? 수학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심화시키게 되었나? 노노. 수십년간 컴퓨터가 수학 영역을 침범해온 바, 이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더라도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수의 수학자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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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포함하면 수학사와 관련된 책은 너덧권을 읽은 셈이 되는데, 앞에 읽었던 정수론과 소수에 관한 책들에 비해서는 기하학이 중심이 되는 요 책은 솔직히 흥미가 떨어졌다. 왜냐하면, 구의 쌓기 문제는 (금속)화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_- 금속의 결정 구조를 이해하려면 FCC나 HCP 뿐만 아니라 SCP(Simple cubic Packing), BCC(Body Centered Cubic packing)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수적이다. 예컨데 HCP는 카드뮴, 코발트, 아연 등이고, FCC는 은, 금, 백금 등이고... 등등. 우엑. -ㅠ-
현실과 동떨어져보이는 학문들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꽤 우스운 일이다. 분명 내가 수학과였으면, 화학교양서 읽으면서 재밌다고 했을 것 같다. ㅋㅋ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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