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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도 정치적으로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표현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20세기 중반의 쿤과 포퍼의 과학철학을 살펴보면 쿤보다 포퍼가 조금 더 보수적인 것 같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이 탄탄한 철학적 기반 위에 과학을 세우려고 했고, 포퍼는 검증의 개념을 반증으로 바꾼 것에서 차이를 보일 뿐 철학에 기반을 둔 과학이 결국은 합리적이고 실재적인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리실증주의자들과 궤를 함께 한다. 그리고 쿤을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좋아할법한;, '상대성'을 과학에 도입한 급진적 과학철학자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지은이 풀러는 "포퍼는 역동적인 탐구의 한 형태로서의 과학을 말하는 민주주의자이고, 쿤은 안정된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과학에 초점을 둔 엘리트주의(혹은 보수주의)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논의의 중심은 쿤에 대한 비판으로 이루어진다. 쿤에 대한 가치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책은 쿤-포퍼의 논쟁을 조명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쿤을 까기 위한 의도로 지어진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쿤이 과학의 사회적 기능을 '고의적으로 은폐'했고, '생략'하고 '왜곡'했다고 이야기한다.(물론 딱 한가지, 조직된 연구로서의 '패러다임'의 기능만 빼놓고!) 쿤의 방관에 대한 비판은 하이데거와 비교되는데, 그 이유는 시대적 책임이 아니라 그들 그리고 쿤/하이데거주의자들의 정당화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이것에 '거의 유일하게' 의문을 제기한 포퍼주의자들에 대한 지지도 빼놓지 않는다. 포퍼의 사상은 포퍼-라카토슈-풀러 순으로 계승되는 건가?
2.
아무튼 내가 이해한 것은 딱 요기까지고, 얇은 책인데 진짜 어렵다. 풀러는 쿤-포퍼 논쟁을 사회학적, 도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흄, 칸트(+신흄주의자, 신칸트주의자) 등 근대철학자들은 물론 하이데거, 하버마스, 아도르노 등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철학자들, 브루너, 브룬스비크, 피아제 같은 "뭐임? 먹는거임?" 질문을 던질법한 학자들까지 대부분의 사상가들의 논리를 기본 베이스로 깔고 설명한다. "포퍼가 아도르노와의 유일한 차이점은 계몽의 기획의 현 상태에 대한 관점이다." 이렇게만 띡 나오면 어떻게 이해하라는거냐;;
공부 못하는 애들이 번역탓 한다고... 전반적으로 번역문장이 길고 명사 만으로 문장을 이끌고 있어 문장 하나하나를 재번역해서 읽어야 한다. ("근본으로의 회귀는 또한 당대의 철학적 수사학에도 공적 생활을 어지럽히는 공약불가능한 담론들의 소음 저변에 깔린 언어 이전의 존재 근거에 대한 탐구로 반영되었다")
과학철학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철학과 역사에 대한 공부 뿐만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해야할 것 같다. 아, 물론 과학 공부는 말할 것도 없다.
다음에 읽을 책은 칼 포퍼의 <현대 과학철학 논쟁>(아르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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