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타인데이에 딱 맞춰 읽게 되, 더욱 의미가 있어진 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작정을 한 것도 아닌데, 발렌타인 데이 새벽에 딱 맞추어 끝마치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있다'. 마치 짠 것처럼, 준비도 안된 솔로의 마음를 울게 할 작정이었나.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중 네 번째 읽게 되는 책이다. 도쿄타워,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리고 울 준비는 되어있다. 읽을수록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 더 잘 모르게 되는 느낌이다. 글은 점점 읽기 쉬워지는데, 생각해야할 것들이 더 많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두껍거나, 등장인물이 많거나, 처음부터 철학적인 내용으로 시작되는 소설이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읽을터인데, 그녀의 소설들은 어째 두껍지도, 등장인물이 많지도, 어렵지도 않으면서 서서히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는데 보슬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맞아도 되겠지-하고 생각하건만 몸은 계속 젖어가고 결국엔 비를 쫄딱맞게 되는 형국. 허허허.
다 읽고, 그녀의 서문과 역자의 글을 읽고나서야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어렴풋이 알게 되어있는데, 열 개가 넘는 단편속에 흐르는 공통된 공간은 '사랑이 식어간 자리'인 것이다. 사랑이 식어간 자리에서 '솔로처럼 자유롭지만, 결혼한 이처럼 고독을 느끼게 되어' 가는 열 명이 넘는 주인공들. 제목에서 '우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서 이들이 모두 갑작스러운 사랑의 상실에 그저 울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더러는 울기도 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단편에서 주인공 아야노처럼 더욱 더 강해지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누구나 맞는 사랑의 가장자리의 이야기가, 서문의 작가의 말처럼 사탕 한 주머니처럼 모여있다.
어쨌든 그래서인지 더욱 더 이해가 안되는 소설이었다. 나는 사랑의 중심에도, 가장자리에도 위치해 있지 않은 인간이니까 말이다.
연애를 시작해야 이해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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